[인터뷰] 권오훈 직장갑질119 교육센터장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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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내 고충처리담당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권오훈 직장갑질119 교육센터장ㆍ공인노무사(이지예 기자 jyjy@)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룰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몇 가지 있어요. 일단 기업에서는 인권 문제를 다뤄본 적이 없어요. 기업 내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전문 역량 자체가 없는 겁니다."

권오훈 직장갑질119 교육센터장에게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인권 문제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데 기업 내 고충처리담당자에게 이런 전문 훈련과 교육 기회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상담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공론화시킨 직장갑질119는 지난 7월 '직장갑질119 교육센터'를 설립ㆍ출범했다. 교육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실효성을 제고하고, 인권 중심의 일터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2년이 지났음에도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현장에서 혼란을 느끼는 노사 모두를 위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도 여전히 우리 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괴롭힘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괴롭힘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금 우리 사회가 직장 내 괴롭힘을 대응하는 방식은 '조직 내에서 썩은 감자를 골라내자'다.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를 징계하면 된다는 건데, 여기서 더 나아가 '가해자는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가해자가 그렇게 행동했던 바탕에는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용인했던 조직 문화,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성과지향적인 문화 등이 있었다. 법이 제정되고 시행됐다 하더라도 이런 것들이 온전히 존재하는 한 비슷한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인식이 함께 전환돼야 한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 기업 고충처리담당자가 맞닥뜨리는 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룰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일단 기업에서는 인권 문제를 다뤄본 적이 없다. 그동안 기업은 돈을 벌고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으로 작동해왔었는데 2012년 국제연합(UN)에서 '기업과 인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기업에 인권보장 책무가 주어졌고, 현재에 와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막상 기업 내에는 인권침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전문 역량 자체가 없는 거다. 인권 문제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데, 고충처리담당자에게 이런 전문 훈련과 교육 기회 역시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실무적인 어려움도 있다. 예를 들면 직급이 낮은 고충처리담당자가 자신보다 상급자 또는 기업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만날 때, 거기다 조사까지 해야 할 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노동이사가 직접 개입해서 해결하기도 하는데, 한국은 아직까지 그런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어떤 프로세스로 해결해야 하는지 몰라서 겪는 어려움도 있는 것 같다. 가령 피해자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고충처리담당자는 가해자에게 바로 연락해서 '피해자가 이렇게 얘기하는데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근데 인권침해 문제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여전히 기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조직 갈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조직관리론적으로 접근하곤 하는데, 굉장히 위험한 접근이다. 조직 갈등이 아닌 인권침해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직장갑질119 교육센터는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지하고,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교육센터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직장갑질119 활동을 이어오던 중 우리 내부에서 이런 의문이 제기됐다. 우리는 119인데 활동은 114인 것 같다, 사람들은 구해달라고 119를 찾는 건데 우리는 '이렇게 처리하세요' 안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정한 119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119로서 우리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교육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공장 앞에서 멈춰버린 민주주의와 인권을 공장 안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교육센터의 목표다.

-다른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과 차별화된 직장갑질119 교육센터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고충처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이다. 고충처리담당자는 경찰ㆍ검찰의 역할을 하면서 인권감수성까지 갖춰야 한다. 인권 문제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조직에서 발생한 문제를 인권적으로 접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인권감수성 교육을 먼저 진행한다.
두 번째는 가해자 교정 교육이다. 일명 '회복 교육'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안고 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가해자 회복 교육이라고 했다가 '가해자는 심판의 대상인데 무슨 회복이냐'는 말이 나와서 표현을 바꿨다. 회복 교육이라는 표현을 썼던 이유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목격자 모두를 회복시켜 조직을 복원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나왔다. 이걸 하지 않으면 2차, 3차 가해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한다.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을 개선ㆍ향상하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 헌법 32조에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있다. 즉, 일터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는 게 노동조합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노동조합 조합원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되는 등 노동조합 입장에서 난감한 상황이 꽤 많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혹시나 노동조합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노동조합은 인원 옹호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노동조합의 본질이다, 설령 피해자가 비조합원일지라도 노동조합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교육한다.


▲직장갑질119 교육센터는 올해 7월 15일 출범했다. 직장갑질119 교육센터에는 교육위원 6명과 노무사, 변호사 등 강사단 18명이 함께한다. (이지예 기자 jyjy@)


-이 중 고충처리담당자가 받는 교육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고충처리담당자는 기업 내에서 인권 감시자로서 존재해 모든 문제를 인권적인 관점에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인권감수성 교육을 먼저 진행한다. 이어서 내담자를 대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 상담 교육을 진행한다. 특히, 피해자 입장에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한다. 예를 들면 고충처리담당자는 피해자가 상담하러 와서 왜 그렇게 펑펑 우는지, 피해자가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무엇인지, 피해자가 1년 전 일어난 일을 왜 지금에 와서 이야기하는지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객관적 공정성을 잃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했던 좋은 사례, 계속 업데이트되는 직장 내 괴롭힘 판례를 공유하고 실습해본다.

-교육대상별로 커리큘럼을 세분화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미국 고용기회평등위원회에서는 괴롭힘 관련 교육 대상을 ▲최고경영자 ▲관리자 ▲직원(잠재적 피해자) ▲목격자 네 가지로 분류한다. 교육대상별로 교육 내용도 달라지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최고경영자에게 변해가는 우리 사회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업 내 인권침해 문제는 장기적으로 기업에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다. 프랑스 등 해외의 인권실사법 사례를 소개하고, 인권 문제를 무시하고서는 더 이상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중간관리자에게는 실제 금지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고, 예방 사례를 공유, 인권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직원들에게는 당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권리가 침해됐을 때 이를 회복시키는 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의무라는 걸 교육한다. 마지막으로 목격자에게는 목격자 개입이 왜 필요한지, 목격자로서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지 등을 교육하는 거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인권침해 예방이 아닌 노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모 대학병원에서 진행된 교육에서 '노동조합이 자기 세력을 확장하는 데 사용되게 해서는 안 된다', '조직관리 차원에서 통제ㆍ감시하거나 업무지시 과정에서 욕을 하는 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게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적 있다. 노무사가 진행한 교육이었는데, 이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노무관리의 관점으로 보고 이 같은 발언을 한 거다. 또한 예방 교육에서 '을들의 갑질'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인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내는 목소리와 그들의 권리를 을들의 갑질이라고 하면서 본질을 왜곡하는 거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사각지대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제외 대상)가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을 위한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자영업, 요식업 등에는 대부분 협회가 설립돼있다. 협회에서 주관하는 여러 의무교육이 있는데, 이걸 활용해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학교 교육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학교에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는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면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이 눈에 띄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최종적으로는 일하는 모든 사람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이를 위해 필요한 노ㆍ사ㆍ정의 역할은 무엇일까.
정부 역할은 앞에서 이야기한 노동인권교육이 학교에서부터 실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있고, 최고경영자까지 예방 교육을 받을 수 있게 교육대상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 직장갑질119에서는 일터에서 행복하면 인생이 행복하다는 '일행인행' 운동을 하고 있다.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일터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없애는 데 세금을 써야 하지 않겠나. 개인의 입장에서 일터에서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하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 이를 위해서 정부의 더 많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은 안전하고 존엄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의무가 됐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단순 규제 장치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경영자의 리더십으로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에는 노동조합이 재개발조합과는 역할이 다르다는 걸 당부하고 싶다. 재개발조합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만 노동조합은 모든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위해 움직인다. 그래야 노동조합이 떳떳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괴롭힘 없는 존엄한 일터를 만드는 데 노동조합이 더 많은 역량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직장갑질119 교육센터
홈페이지 : https://edu.gabjil119.co.kr/
문의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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